2024년을 보내며
어떻게 시작해야 될까… 지나간 회고를 지금에와서 보게 될 때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든다. 그때의 감정들에 공감하며 걱정 한트럭과 아등바등 열심히 사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또 어떤 부분을 읽을 때는 오만했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가 끝나가는 이 시기에 써내려가는 글도 언젠가 다시 읽게 될 때 지금을 기억하며 지나간 시간을 붙잡길 바란다.
관점의 변화
겐조는 가끔 집에 이야기를 나누러 오는 청년들과 마주 앉을 때면 밝고 명랑한 그들의 모습과 자신의 내면을 비교해 보곤 했다. 겐조의 눈에 비친 청년들은 모두 유쾌하게 앞을 응시하면서 미래를 향해서만 걸아가는 듯 했다. 어느 날 겐조가 청년 중 한 사람에게 물었다.
“자네들은 행복하겠네. 졸업하면 무엇이 될까, 무엇을 할까. 그런 것만 생각하고 있으니까.”
청년은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것은 선생님 시대의 일이겠지요. 지금의 젊은이들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습니다. 무엇이 될지, 무엇을 할지 생각하지 않는건 물론 아닙니다만 세상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으니까요.”
— 나쓰메 소세키, 『한눈팔기』
1915년에 쓰인 이 책 속 겐조와 청년들의 대화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직장인에서 학생으로 돌아온 내 삶 역시 겐조와 학생들 모두의 마음을 이해하게 만든다. 회사를 다닐 때는 어느 정도 해결된 의식주, 그걸 넘어서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대하여 고민했다면 학생의 입장에선 채용 축소와 AI로 대체되는 현실 속에서, ’다시 앞가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스쳤다. 같은 시선으로도 위치가 달라지면 관점 역시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운이 좋게도 학생을 한번 겪어본 나는 조금은 노련하게 대할 수 있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생각만 하며 신세한탄하지 않고 학비와 자취방 월세를 내며 사라지는 통장 잔고 사이에서도 나의 시간과 나의 가치를 재었다.
27살 대학교 3학년인 나는 22살 대학교 2학년일 때보다 무엇이든 매 순간마다 조금 더 진지하게 임했다. 지루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강의도 얻을 건 없을 까 집중하고,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 사이 당연함보다는 소중하게 생각했다. 덕분에 똑같은 문제를 겪고 똑같은 시간을 보내도 조금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덜어내기
꽤 많은 것들을 덜어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였다. 그리고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냈다.
우선 술과 담배를 멀리했다. 나는 스스로 자극에 취약한 도파민의 노예인걸 안다. 그리고 그것들을 쉽게 채워주는 술과 담배는 달콤한 독과 같다. 작년에 운동을 하며 줄이는 노력 덕분에 올해는 쉽게 놓아줄 수 있었다.
인간관계를 위해 굳이 노력하지 않는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작은 체구와 독특한 성격 때문인지 내 필요 이상의 자극을 느꼈다. 자극에 쉽게 노출되니 예민해진 건지, 예민하기에 쉽게 자극을 느낀 건지 모르겠지만 어릴 땐 나의 예민함이 단점으로만 보였다. 그래서 나의 색을 감추려 노력했다. 지금은 단점이라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예민함을 느끼는 만큼 타인을 조금 더 존중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노력해야 얻어질 관계라면 그저 흘려보낸다. 인간 관계에 있어 기대를 내려놓고 대한다. 나는 그게 내가 누군가를 대할 때도, 누군가 나를 대할 때도 편하다. 나이가 들수록 목적을 갖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것이 나쁘다고만 생각하진 않지만 기대를 동반한 관계는 불편하다.
나는 주로 혼자 방안에서 하고 싶은 걸 하는 걸 좋아한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고립감이 느껴지고 나의 색이 짙어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 나의 주관과 취향이 진해진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과 싫어하는 것들이 생긴다. 그 사이 무엇인가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물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한다. 경험과 사고를 듣고 배우며 나의 사고를 넓히는 것 또한 행복이다.
25년을 맞이하며
24년을 보내고 25년을 맞이하며 내가 바라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마주해도 피하지 않고 해결할 끈기와 용기 그리고 매 순간 감사함을 느끼고 그 감사함을 나눠줄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행복하길 바란다.
2024년의 발자취
- 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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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국 9도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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