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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또 10기 회고

글또 10기 회고

글또가 벌써 끝이라니, 몇 년은 함께한 것 같은 기분이다. 엊그제 글또 지원서를 작성했던 게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새 마지막까지 달려오게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6개월 전 제출했던 글또 지원서를 다시 꺼내 보았다. 그때 내가 글또를 통해 기대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기대들은 얼마나 이루어졌을까? 또, 돌아보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어떤 점일까?

엔지니어링 글쓰기

나는 글을 쓸 때 항상 나의 경험이나 사고가 녹아든 글을 쓰게 된다.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게 내 블로그 글의 고유한 성격일지도 모르겠다. 글또 활동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기대했던 것은 기술적인 글쓰기 연습이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 중심의 글쓰기는 나에게 꽤 어려운 일이었다. 내 견해를 풀어내는 것보다, 실용적인 정보로서의 ‘존재 가치’가 중요한 글이어야 하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쓰는 것과는 다른 영역이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쓴 글들을 돌아보면, ‘기술의 선택 이유’에 관한 글은 있었지만, 정말 기술 자체를 다룬 글은 거의 쓰지 못한 것 같다.

사실 완성은 했지만, 끝내 게시하지 못하고 가라앉은 글들이 몇 개 있다. 비공개 블로그에는 부담 없이 잘 쓰면서도, 막상 공개 블로그에는 올리지 못하는 이유, 이건 어쩌면 사람들이 링크드인에 글을 쓰는 걸 망설이는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은 다른 것 같다.)

나는 ‘틀릴까 봐’ 무서운 것이다. 정보를 전달하는 글은 정확해야 한다는 부담, 혹시나 잘못된 내용을 썼다는 지적을 받을까 봐 생기는 불안. 그런 감정들이 글을 멈추게 만든다. 하지만 비록 게시하진 못했더라도 글또를 통해 작성하려는 시도는 하였다. 그 점만큼은, 처음에 기대했던 “기술적인 글쓰기 연습”이라는 목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결과물을 공개하지는 못했지만, 시도 자체에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

네트워킹

내가 처음 글또를 알게 되었을 때는, 약 50명 정도가 활동하던 작은 규모였다. 하지만 내가 참여한 10기에는 무려 600명 이상의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재미있고 유익한 소모임이나 네트워킹 기회도 그만큼 많았다. 이 좋은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서, 나름대로 열심히 움직이기도 했다. ‘튜링의 사과’도 두 번 다녀왔고, 반상회에도 참여했다. 시기적으로 여유가 없어 특별히 활동한 소모임은 따로 없었다.

마치며

글또 6개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생각한다. 글또를 통하여 좀 더 의식적으로 회고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특별한 이벤트나 변화가 있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정리해두는 습관이 생겼고, 덕분에 몇 년 만에 이력서를 새로 쓸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의 글과 발표를 접하면서 많이 배우고, 그 과정에서 나의 사고도 한층 넓어진 것 같아 정말 좋았다. 글또는 마무리되지만, 나에게는 하나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배운 따뜻한 문화와 꾸준히 쓰는 습관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어질 것 같다.

글또를 이끌어주신 운영진 분들과, 함께한 모든 글또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